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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운드의 슬픔

1 파운드의 슬픔 | 이시다 이라 | 정유리 그러니까... 이시다 이라는 IWGP(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의 원작자다. 사실 난 그라마도 소설도 제대로 못 봤지만, 잠깐 봤던 드라마에서 쿠보즈카 요스케의 멋진 눈빛이 아직도 생생(원래 멋진 눈빛을 가진 배우이긴 하다)하다. 예전에 이시다 이라의 [4TEEN]을 산 것 같은데, 읽은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책은 사라졌다. --;;; 어쨌거나 그래서 [1 파운드의 슬픔]이 나에겐 이시다 이라의 최초 작품. 최근에 매우 비슷한 느낌의 책을 한 권 읽었었는데... 음.. 그러니까.. 아 그래 바로 오쿠다 히데오의 [걸]이었다.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고 있을 것만 같은 사랑 얘기들. 짧은 연애의 얘기들. [걸]의 오쿠다 히데오가 호탕한 글쓰기를 하고 ..

Media/Books 2007.06.25

계단에서 계단까지

힘들게 계단을 오를 때마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비가 올 것 같은 하늘과 장마가 시작된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들고 나온 우산. 작은 가방은 담배와 지갑과 카메라로 만원. 결국 새로 산 무라카미 류의 [공항에서]는 우산과 겹쳐서 한 손에 들었다. 짧은 치마를 입고 핸드백으로 뒷모습을 가린 아가씨가 저만치 보인다. 항상 그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기이하다. 멋진 다리를 볼 수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그렇게 불편하다면 긴 치마나 바지를 입는 것이 어떨까? 너무 오래 그쪽으로 시선이 고정되면 오해받을 수 있으니 얼른 시선을 돌린다. 계단 중간 즈음엔 항상 엎드려있는 아저씨가 보인다. 얼굴을 본 적은 없다. 원래는 군복이었을 것 같지만 시커멓게 때에 쩔어서 검은 외투가 되어버린 옷을 입고 있다. 그의 머..

Litters 2007.06.21

플라이, 대디, 플라이

플라이, 대디, 플라이 가네시로 가즈키 | 양억관 | 북폴리오 선입관이 컸다. 영화가 너무 엉망이었다는 평이 절대적이라(그 덕분에 영화도 안봤다) 사놓고 책장에서 한참 동안 썩고 있던 책. 한참을 먼지만 먹고 있었으니 읽어볼까? 하고 책장을 열었다가 거의 단숨에 읽어 버렸다. 한 마디로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는 속도감과 긴장감. 그리고 알 수 없는 분노와 쾌감 같은 것으로 뭉친 글. 시리즈의 전편이라고 볼 수 있는 와 속편이라고 볼 수 있는 도 보고 싶어졌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The Zombies' 멤버들의 활약이 보고 싶어진 것. 동명의 만화들도 출간된 것을 보니 충분히 매력적인 얘기들임에는 분명하다. 만화가 먼전지 소설이 먼전지는 모르겠지만, 스토리는 충분히 만화적이다. 그리고 영화로 만들고..

Media/Books 2007.06.13

걸 오쿠다 히데오 | 임희선 | 북스토리 , 에 이은 또 하나의 오쿠다 히데오 소설. 느낌은? 비슷하다. 이 사람 참 쉽게 쓰는 사람이구나 싶다. 온통 여자들의 얘기다. 하지만 제목처럼 '걸(girl, ガ-ル)'들이 등장하는 내용은 아니다. 여전히 '걸'이고 싶은 언니들의 얘기다. 그러니까 대략 30대 중반 이후의 직장 여성들의 얘기. 시원하고 통쾌하게 남성 우월주의 사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한 방 먹이기도 하고, 아주 현명하게 그들과 타협하는 등의 얘기들이 대부분이지만 별로 페미니즘을 내세우거나 하는 글들은 아니다. 세상 사람들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하게 늙어가는 중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 가볍고 경쾌하고 일상적이다. that's all. 더 이상 뭔가가 필요하지도 않다. 오쿠다 히..

Media/Books 2007.06.12

인 더 풀

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 양억관 | 은행나무 공중그네의 속편이라고 말하면 되려나? 이라부 종합병원의 정신과 의사인 이라부와 가슴과 허벅지를 훤하게 보이도록 주사를 놓는 섹시 간호사 마유미가 여전히 등장한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스토커라고 생각해버리는 자뻑 공주, 한 번 서버린 그것(?!!)이 수그러 들지 않는 병에 걸린 사내, 수영 중독증에 빠진 직장인, 생각하는 순간 문자를 보내버리는 휴대폰 중독증 학생, 집에 불이 날까봐 가스가 폭발할까봐 전기가 누전될까봐 외출을 할 수 없는 자유기고가 등이 이라부와 마유미를 만나러 온다. 물론 이라부는 언제나처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그들을 치료한다. 대단히 읽히는 속도가 빠른 작품. 문장 하나하나, 표현 하나하나에 거침이 없다. 펼치자마자 어느새 다 읽어..

Media/Books 2007.06.05

놓고 온 전화기

주말 내내 핸드폰이 없다는 걸 몰랐다. 방 정리를 하다가 뭔가 허전했고, 평소에 핸드폰을 두던 곳에 그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신없을 땐 다른 곳에 두기도 하니까... 몇 군데를 더 뒤져봤지만, 여전히 못 찾았다.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울린다. 하지만 내 방 어느 곳에서도 벨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고는 "여보세요". 여보세요라니? 내 전화기에서 들리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 "야, 이놈아 정신 좀 챙겨라. 전화기를 두고 가냐" 친구의 목소리다. 며칠 전 모임, 먼저 귀가하면서 자리에 전화기를 두고 가더란다. 그래서 자기가 챙겨뒀다고. 전화기를 두고 온 건지, 정신을 두고 온 건지 모르겠다. 그 사실을 알아채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 더 황당했다. 어차피 내 전화엔 메시지도 오지 않는다...

Litters 2007.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