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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차원

몇 년 전에 읽었던 미치오 가쿠의 이라는 책을 보면서 초끈이론(Super String Theory)이라는 어려운 말을 배웠는데, 아직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그 책을 관통하고 있는 대 주제, 즉 "모든 물리학 법칙은 고차원으로 갈수록 단순해진다"는 것 그리고 "결국 10차원에서 하나의 법칙으로 통합된다"는 것이 생각난다. 특히 "고차원으로 갈수록 단순해진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평면 나라(2차원)에 살고 있는 스퀘어씨를 등장시켜 2차원과 3차원의 차이를 설명하고 그걸 바탕으로 4차원을 설명하는 을 보면, 평면 나라에서 물리학 법칙으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하나의 점을 기현상이라고 보거..

Litters 2007.02.22

숟가락 안의 기름

꽤 오래 전에 읽어서 자세한 표현들이 생각나진 않지만, 쿠엘료 할부지의 에서 누군가가 산티아고에게 해준 얘기가 갑자기 생각났다. 숟가락에 담긴 기름 두 방울에 대한 얘기. 요즘의 나는 기름 두 방울 때문에 소중한, 다른 많은 것들을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닌지. 나의 눈은 오로지 기름 두 방울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직 손을 얹을 수 있는 심장이 남아 있다면, 꽉 움켜쥐고 생각해 볼 문제다. 인터넷의 세계는 참으로 넓고도 오묘해서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내가 찾는 바로 그 구절을 그대로 블로그에 올려둔 분들이 꽤 많았다. 그 중에 한 분의 블로그에서 해당 부분만을 발췌, 아래에 남겨본다. 아마도... 잘은 모르겠지만... 출판사에서 좋아할 일은 아닐 듯. 어떤 상인이 행복의 비..

Litters 2007.02.21

연휴 후기

아. 이번 연휴를 정말 연휴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 '연휴인가?' 싶더니만 금방 '어, 출근이네'가 되어버려서 아쉽기만... 몸은 바로 연휴에 적응해버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지 않아서 후유증만... #4. 출근하자마자 책상 위에 쌓인 3개의 머그잔을 탕비실로 가져가 씻었다. 얼마나 퇴근하는 데 바빴으면 컵조차 씻지 않고 퇴근했을까. 커피가 눌러붙은 잔을 보니 근육 사이사이에 눌러붙은 피로와 알콜과 아직도 분해되지 않은 니코틴들이 떠올랐다. 평소 같으면 대충 물로 헹굼 당하고 말았을지도 모르는 머그잔들은 근육 사이사이에 기생하고 있는 녀석들 덕분에 뽀드득뽀드득 세제 목욕을 할 수 있었다. 커피잔을 놓으러 휴게실로 갔더니 원두를 막 갈아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연휴에 뭘하고 지냈는지 얘기하면서 커피가 ..

Litters 2007.02.20

Valentine Night @ Aimo e Nadia

Vietti Langhe Nebbiolo Perbacco 2001 | Italy아이모이나디아는 예전에 한 번 가봤던 적이 있는 식당. 어제, 길이 너무너무 막혀서 일단 양대에서 픽업 당한 다음 어디로 갈지 몰라서 무조건 직진하다가, 서초동 즈음에서 '거기 자리나 있나 가볼까?'했더니 마침 자리가 있어서 다행. 시금치 뇨끼와 시금치 샐러드를 각각 선택한 우리. 서로 짜지도 않았는데, 시금치의 날. 뇨끼의 크림 소스는 아주아주 마음에 들도록 맛있었다. 샐러드의 치즈도 매우 훌륭했단다. 스파클링을 한 잔씩 마시고, 주문한 와인은 네비올로 100%의 랑게지역 와인. 생각보다는 타닌도 거칠고, 향도 풍부하지 않은 와인이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조금씩 타닌이 잦아들었다. 하지만 향이 그다지 다채롭지 않았던 것 같..

Tuesday Night @ Vin de table

Meo Camuzet Bourgogne 2001 (France) Flora Springs Trilogy 2002 (U.S.A.) Domaine Arlaud Chambolle-Musigny 1er Cru Les Sentiers 2004 (France) Le Volte 2003 (Italy) Villa Martis Langhe Rosso DOC 2000 (Italy) 평소에 마시던 것들 보다 가격대가 높은 와인 다섯 병. 가장 고가였던 도멘 아를로의 샹볼 뮤지니는... 지금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좋았다. 혀에 감기는 그 부드러운 질감이라니. 저 정도 가격에 저런 느낌이라면, 도대체 더 비싼 와인들은 어떤 맛이란 말인가! 그리고 마지막에 마신 빌라 마티스도 아주 좋은 느낌. 강하게 치고 나오는 개성..

<행복> 중에서...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 유치환, 중에서 책상 위에 올려둔 일력(日曆)에서 오늘의 글귀. 오늘이 유치환님의 기일이었군. 일력이라는 것이 참 재밌는 게, 2월 10일이 결혼의 날이었다라던가, 83년전 어제(1924년 2월 12일) 거슈인의 가 뉴욕에서 초연됐다라던가 하는 건 일상 생활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 하지만 일력 덕분에 알게 된다(물론 기억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좋아하던 싯구를 오랜만에 발견하기도 하고.

Litters 2007.02.13

배고픔의 자서전

배고픔의 자서전 아멜리 노통 | 전미연 | 열린책들 재밌다. 거 참 신기하게도 노통의 책은 무지 많은데,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과연 모두 같은 사람일까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제목에 씌여있듯 이건 소설이 아니라 자서전이다. 라고 말해버리고 싶을 정도로 이건 자서전과 닮아있다. 그리고 (확인할 수 없고, 단지 느낌 뿐이지만) 아주 많은 부분이 사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우 재밌게 읽었지만, 뭔가 평가의 글을 남기기는 힘들고... 한 가지 확실하게 느낀 것이 있다면... 소설가가 되려면 부모님을 외교관으로 만들어라!

Media/Books 2007.02.13

밀린 메모

1. 로미오와 줄리엣 도대체 '오리지널 팀'은 왜 이렇게 많은 건지. 그리고 수상한(?) 건, 은 영국의 세익스피어 작품인데, 왜 오리지널 팀은 프랑스 애들인지. 그러고보면 배경이 미국인 도 오리지널 팀은 영국 애들이었다. 어쨌든 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봤다고 해서 졸리다니 -_-;;;; 적어도 나한테는 그랬다. 도무지 노래들이 모두 똑같아서 금방 질려버렸다. 모든 곡이 다 웅장하고, 쿵쾅거린다. 하지만 배우들과 춤은 참 좋았다. 잘 생기고, 예쁘고, 춤도 잘추고, 열정적이고, 몸매들도 다 훌륭하고. 하지만 결론은 좀 졸렸다. 세종문화회관은 참 좋더군. 2. 수줍거나 머뭇거리거나 가슴떨리거나 홍대에 오랜만에 갔더니, 모르는 가게 무지하게 많더라. 그 중에 예전 비하인드 골목에 '와이너리'라는 가게가 생겼..

Wednesday Night @ Ichon

Chateau Tassin 2003 | France 언제 마셨던 와인인지 기억조차 잘 안나는 것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마셔봤다는 기억은 남아있는 와인. 당연하게도 전혀 맛은 기억 안난다. 둘이서 한 병을 약 두 시간에 걸쳐 마셨으니 브리딩도 충분했을 듯. 첫 모금은 거칠었다. 이리저리 날뛰지는 않았지만, '난 아직 보여줄 게 많다'라고 말하는 듯. 아마도 그런 것을 '아직 열리지 않았다'라고 표현하나보다.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타닌도 부드러워지고, 향이 피어 오르기 시작하는 것 같았는데, 정확하게 어떤 향들이 올라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주 약한 초컬릿향을 살짝 느꼈던 것 외에는. 사실 전체적으로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어쩌면 아직 마시기에 너무 어렸을 지도 모르겠다. 어제 따셍을 마시고 들었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