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034

멀리보는 연습

안경을 처음 쓴 게 언제였더라... 아마 중학교 즈음이었다. 점점 멀리 있는 물체들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 안경이라는 도구의 힘을 빌려야만 멀리 있는 것들을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처음엔 그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점점 안경의 도수를 높여야만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오랜만에 안경을 벗고 파란 하늘과 구름과 산을 봤다. 흐릿하게 보이던 것이 눈에 집중하고 더 잘보려고 노력하자 조금, 아주 조금 더 또렷하게 보였다. 뭐 그래봐야 안경을 쓴 것처럼 또렷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괜히 그런 기분이 들었다. 정신을 아주 집중하고, 계속해서 보려고 노력하면 안경을 쓰지 않고도 그만큼 잘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하는 기분. 혹시 애초에 안경의 힘을 빌리지 않고, 조금 희미하게 보였을 때 '더 잘 보려는..

Litters 2006.09.12

9.11

9월 11일이네요. 이 날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겠죠. 뭐, 워낙 정치/종교적인 글은 올리지 않는 제 홈페이지 특성상 역시 그런 내용의 글은 아닙니다. 글을 올리지 않을 뿐 아니라 실제로 저라는 사람이 그런 '생각'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인지라. ㅡ,.ㅡa 그런데 글 제목이 9.11인 이유는 오늘 재밌는 '게임(?)' 하나를 봤기 때문입니다. 게임의 제목은 9.12 입니다. newsgaming.com 이라는 사이트에 올라온 게임인데, 이 사이트는 정치(또는 시사)적인 성향이 좀 있어보입니다. 이들이 발표한 플래시(정확하게는 쇽웨이브) 게임인 9.12는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게임'이 아니라 '시뮬레이션'이랍니다.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고, 엔딩이 필요한 '게임'과는 다르게 승자도 패자도 없고,..

Digital Lives/Games 2006.09.11

출근길에

출근길에 지나가는 버스 옆구리에 붙은 영화 포스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매우 아름답고, 지적이고, 섹시하고, 우아하고, 젊은... 그러니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여자가 있다. 그 여자와 만나는 남자가 하나 있다. 단순한 '만남' 보다는 '사귄다'거나 '동거'한다거나 또는 '결혼'을 해도 좋다. 헌데 그 남자는 그런 완벽한 여자와 어울릴만한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되는 사람이다. 뭐 예를 들어 나이도 많고, 외모도 별로고, 똑똑하지도,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은... '전형적인' 그저그런 사람이다. 헌데 둘이서 '열렬히' 사랑을 한다. 남자는 처음엔 어리둥절했지만, 금세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몸과 마음을 다바쳐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를 사랑하는 그 순간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Litters 2006.09.06

샤스 스플린, 클라우디 베이

일요일 밤. 청담동. 브룩클린. Cloudy Bay Sauvignon Blanc 2003. Chateau Chasse Spleen 2001. (사진은 구글 이미지 검색 + 포토샵 보정) - Ch. Chasse Spleen 2001 (homepage) 전형적인 보르도 와인. 전체적인 밸런스가 나쁘지는 않았는다. 의외로 부드러운 질감, 적절한 타닌. 하지만 꽤 오래 기다려도 계속되는 강한 알콜향이 약간 거부감. 쉽게 열리지(신의 물방울에서 나오는 표현을 빌리자면) 않는 와인인 건지 거기 까지가 샤스스플린의 한계인 건지는 잘 모르겠다. 정확하게 어떤 향들이 올라왔는지는 기억나지 않음. 가격은 약 10만원. 또 마시겠느냐? 글쎄요. 정말 마셔보고 싶었던 와인이었는데, 마셔보고는 약간 실망. - Cloudy Ba..

별의 죽음

초신성이 폭발하는 장면이라고 한다. 최초로 사진 촬영에 성공했다고 하고, 네이쳐지에 발표됐다는 사진이다. 어디까지가 초신성이고 어디까지가 폭발하는 것인지... 구별할 수 없다. 단지 '다른 별들이 저렇게 작은데 폭발하는 별은 저렇게 큰 건가?'라고 무식을 다 드러내놓고 오해(인지 아닌 지도 판단할 수 없음)할 수밖에. 죽음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and Some more 2006.09.02

스랄과 헬스크림의 대화

'스랄'과 '헬스크림'은 블리자드의 게임인 '워크래프트(warcraft)'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입니다. 스랄은 오크의 대족장으로 어린 시절 인간들에게 키워졌던 인물입니다. 무너져가는(?) 오크 족을 이끌고 동부왕국에서 칼림도어로 대탈출을 감행, 결국 오크를 재건한 위대한, 젊은 대족장입니다. 헬스크림은 오크족 중에 전쟁노래부족(Warsong Clan)의 수장입니다. 스랄에게 많은 것들을 지도했다고 알려지는 영웅 중의 한 명입니다.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풍부하고 방대한, 그리고 잘 짜여진 스토리는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MMORPG 버전)에서 '스랄'은 호드(Horde) 진영의 플레이어들에게 '스랄 형님'이라는 ..

Digital Lives/Games 2006.09.02

Swing Girls OST

것 참. 넘칠랑 말랑한 기분을 '브라쓰뺀드' 덕분에 넘겼더니만 갑자기 경쾌한 빅밴드의 재즈가 듣고 싶어진 것이다. 가볍고, 생각없이 들을만한 '빅뺀드' 분위기의 재즈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것이 . 그래, 그 영화의 OST라면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줄 것이 틀림없다! 라고 생각을 몰아간 끝에 결국 구했다. 바로 . 결과는? 당연히 기분이 좋아졌다. 스윙~ 스윙~ 브라쓰뺀드~ 빰빠밤~~ 룰루!! 덧말 1. 조울증임이 분명하다. 덧말 2. 스윙걸즈 LIVE! 라는 앨범도 있네? 이것도 들어보고 싶어졌다.

Media/Music 2006.08.31

넘칠랑 말랑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며칠 전 밤부터(아마 3일쯤 전이었던 듯) 넘칠랑 말랑했다. 잔을 살짝만 흔들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날들이 계속 되고 있다. 아. 이 놈의 조울증.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커다란 한 가지의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잘한 많은 이유들이 복합유기농이유식처럼 잘 버무려져있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쏟아질 것 같은 이유따위는 아예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한 문단 안에 '이유'를 8개 쓰고 나서 네이버에 '이유'(이게 9번째)로 검색해봤더니, 조선시대 왕족 중에 한 명, 네이버 인물 정보에 교수와 기자만으로 4명의 이유가 발견됐다. 아, 삼천포. 넘쳐 흐를 것 같은 절정은 오늘 출근길의 버스. 물론 특별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제 일찍 잠을 청했기 때문인지 매우 상쾌한..

Litters 2006.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