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ers 228

글쓰기 참 어렵구나.

대학 4학년. 나의 사고방식과 인생에 꽤나 큰 영향을 미친 교수님이 계셨다. 비록 한 학기 뿐이었지만, 그 분에게 들은 얘기들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리고 그 몇 가지는 나에게 중요한 지침처럼 자리잡은 말들이다. 그 분이 하루는 수업 중에 꽤나 긴 설명을 하셨다. 그리고 수업을 듣고 있던 학생중 하나에게 질문했다. "자네, 지금 내가 한 말 무슨 뜻인지 알겠나?" (물론 이 보다 더 거친 말투다) "네. 그러니까 OOO가 OOOO하다는 말씀 아니십니까?" "후..... 아니 내가 15분에 걸쳐 설명한 내용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자네들을 보면 참으로 놀랍네. 내가 아까 했던 이러이러한 비유와 저러저러한 예시는 다 어디로 간 건가? 그렇게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었다면, 난 15분이라..

Litters 2007.03.06

고차원

몇 년 전에 읽었던 미치오 가쿠의 이라는 책을 보면서 초끈이론(Super String Theory)이라는 어려운 말을 배웠는데, 아직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그 책을 관통하고 있는 대 주제, 즉 "모든 물리학 법칙은 고차원으로 갈수록 단순해진다"는 것 그리고 "결국 10차원에서 하나의 법칙으로 통합된다"는 것이 생각난다. 특히 "고차원으로 갈수록 단순해진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평면 나라(2차원)에 살고 있는 스퀘어씨를 등장시켜 2차원과 3차원의 차이를 설명하고 그걸 바탕으로 4차원을 설명하는 을 보면, 평면 나라에서 물리학 법칙으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하나의 점을 기현상이라고 보거..

Litters 2007.02.22

숟가락 안의 기름

꽤 오래 전에 읽어서 자세한 표현들이 생각나진 않지만, 쿠엘료 할부지의 에서 누군가가 산티아고에게 해준 얘기가 갑자기 생각났다. 숟가락에 담긴 기름 두 방울에 대한 얘기. 요즘의 나는 기름 두 방울 때문에 소중한, 다른 많은 것들을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닌지. 나의 눈은 오로지 기름 두 방울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직 손을 얹을 수 있는 심장이 남아 있다면, 꽉 움켜쥐고 생각해 볼 문제다. 인터넷의 세계는 참으로 넓고도 오묘해서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내가 찾는 바로 그 구절을 그대로 블로그에 올려둔 분들이 꽤 많았다. 그 중에 한 분의 블로그에서 해당 부분만을 발췌, 아래에 남겨본다. 아마도... 잘은 모르겠지만... 출판사에서 좋아할 일은 아닐 듯. 어떤 상인이 행복의 비..

Litters 2007.02.21

연휴 후기

아. 이번 연휴를 정말 연휴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 '연휴인가?' 싶더니만 금방 '어, 출근이네'가 되어버려서 아쉽기만... 몸은 바로 연휴에 적응해버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지 않아서 후유증만... #4. 출근하자마자 책상 위에 쌓인 3개의 머그잔을 탕비실로 가져가 씻었다. 얼마나 퇴근하는 데 바빴으면 컵조차 씻지 않고 퇴근했을까. 커피가 눌러붙은 잔을 보니 근육 사이사이에 눌러붙은 피로와 알콜과 아직도 분해되지 않은 니코틴들이 떠올랐다. 평소 같으면 대충 물로 헹굼 당하고 말았을지도 모르는 머그잔들은 근육 사이사이에 기생하고 있는 녀석들 덕분에 뽀드득뽀드득 세제 목욕을 할 수 있었다. 커피잔을 놓으러 휴게실로 갔더니 원두를 막 갈아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연휴에 뭘하고 지냈는지 얘기하면서 커피가 ..

Litters 2007.02.20

<행복> 중에서...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 유치환, 중에서 책상 위에 올려둔 일력(日曆)에서 오늘의 글귀. 오늘이 유치환님의 기일이었군. 일력이라는 것이 참 재밌는 게, 2월 10일이 결혼의 날이었다라던가, 83년전 어제(1924년 2월 12일) 거슈인의 가 뉴욕에서 초연됐다라던가 하는 건 일상 생활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 하지만 일력 덕분에 알게 된다(물론 기억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좋아하던 싯구를 오랜만에 발견하기도 하고.

Litters 2007.02.13